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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 사랑, 차라리 죽어서 지워져야 할 사랑이었다. 미치도록 사랑했던 아내. 허나 그 여자는 직업도 나이도 이름도 모두 가짜였다. 사랑마저 가짜라고 믿기엔 너무 절실했던 사랑이었고, 잊고 묻어두기엔 너무나 애틋한 인생 단 하나의 사랑이었다. 준서는 죽은 아내의 진심을 찾아서 긴 여정을 시작한다. 알아야 했다. 그녀의 마지막 진심을 알아야 그 사랑을 접는다. 애증을 넘나드는 혈투와 암투, 엇갈린 두 형제. 아내의 죽음 뒤에는 가족과의 처절한 전쟁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북천시의 경제적, 정신적 지주였던, 하지만 그 이면에는 추악한 폭군의 모습을 갖고 있던 아버지 장범호. 그런 아버지 밑에서 약해지지 않기 위해 악(惡)해져야만 했던, 괴물로 변해버린 형, 기서. 가족과의 처절한 전쟁에서 이겨야겠다. 아니 이겨야만 한다. 아내의 진심을,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내 가족의 폭력의 역사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북천시란 땅을 배경으로 그 권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암투까지 더해지면서, 예측 못 할 혈투가 계속된다. 악행과 욕망의 역사, 이와의 단절. 가족이란 끈을 타고 무한히 확장하는 인간의 욕망. 부당하게 얻은 권력이 계속해서 세습되는 뿌리깊은 악행의 역사. 장씨 일가의 막강한 권력 하에 움직이는 북천시. 이 곳은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의 축소판이다. 우리의 역사는 핏줄이라는 끈을 타고 과거 구악의 흔적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흔적이 끊어져야 새로운 역사는 시작된다. 그 악행의 역사를 끊을 수 있는 오직 한 사람, 그들의 핏줄인 준서가 돌아간다. 수없이 반복되는 고통스런 싸움 끝에 과연 진실은 폭로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