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마르크스 캔 웨이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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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들추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고 어느 집이나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 하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60년대 이탈리아 마지막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1968년 29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쌍둥이 형제를 해후하러 가는 길이다. 가족과 친구들의 증언, 빛 바랜 사진, 8미리 필름 조각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갈 길을 잃어, 결국 세상에 편입되지 못했던 한 청년을 되살아나게 한다. 망자는 감독의 전작 〈호주머니 속의 손〉(1965), 〈눈, 입〉(1982), 〈내 어머니의 미소〉(2002) 등에 유령으로 떠돌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는 아이로 등장하기도 한다. 거장은 잘 알고 있다. 오래전 생을 달리한 형제를 해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행위라는 것을. 82세의 거장에게도 어쩌면 고통스런 통과의례였을지도 모르는 〈마르크스 캔 웨이트〉는 벨로키오의 그 어떤 영화보다 깊고, 아프다. (서승희/2021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