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삼거리극장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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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소녀 소단. 활동 사진 보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할머니를 찾아 낡아빠진 삼거리극장으로 들어선다. 딱히 할 일도 없어 매표소에 직원으로 취직하게 된 소단. 어느 늦은 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느닷없이 혼령들을 만난다. 낮엔 극장직원들이지만, 밤에는 혼령의 모습으로 삼거리극장에서 판타스틱한 춤과 노래의 향연을 펼치는 에리사, 모스키토, 완다, 히로시 네 명의 혼령들. 소단은 이들에게 우스꽝스러운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기괴하고 퇴락한 꿈의 공장 같은 삼거리극장에서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짜릿한 쾌감을 만끽한다. 한편, 알 수 없는 환영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우기남 사장은 소단을 보며 그의 고통스러운 과거 기억을 떠올리고는 경계한다. 사장의 고통은 심해지고, 극장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혼령들과 극장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던 소단은 혼령들로부터 자신의 할머니와 삼거리극장에 관한 놀라운 말을 듣게 되는데..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소개글. “살아있는 시체들이여 모두 일어나, 기나긴 혼돈의 시간을 떨치고, 저주의 긴 그림자를 끌고서, 모든 따분한 영혼에 깃들지어다, 누구나 한번쯤 와보고 싶은 곳 삼거리...”라고 그들은 노래한다. 낮에는 삼거리 극장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밤이 되면 유령의 모습을 하고 판타스틱한 춤과 노래의 향연을 벌이는 혼령들. <삼거리 극장>은 마치 짐 셔먼의 <록키 호러 픽처 쇼>처럼 시작된다. 그러나 컬트 분위기의 이 영화는 점차로 역사 속으로 들어가면서 변모해가는 극장 문화, 과거가 현재를 향해 드리우는 짙은 그림자 등을 드러내 보인다. 동시에 장 콕토적 초현실주의와 <칼리가리 박사>의 악몽, 다큐멘터리적 이미지들이 혼합된 기괴한 시공간을 향해 나아간다. 이 이상한 루이스 캐럴의 나라를 헤매는 우리의 앨리스는 '소단'이라는 이름의 소녀이다. <삼거리 극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뮤지컬 판타지이다. 공연, 연극, 미술, 영화의 영역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 ‘뮤지컬 영화’를 준비해온 신인감독 전계수는 안정된 감각으로써 수월하지 않은 뮤지컬의 연출을 노련하게 풀어간다. 이 초대형 영화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사실을 알고 나면 관객이 느끼는 감탄은 곧 경이로움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한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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